코로나 재난 속 총선과 사회복지노동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평등하지만 재난은 평등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국 사회가 처해진 문제들이 민낯을 드러나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멈춘 일상은 일터에서 노동자는 쫓겨나고 외주화 된 위험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생존의 위험에 빠졌다.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집단거주시설은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되었고 거주인은 위험하고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재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는 줄곧 사회적으로 외면 받고 거리두기를 당해 왔다. 이렇듯 어지럽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총선을 앞두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선거법 개정은 애초의 취지를 벗어난 정치력 이해에 따라 누더기가 되었고 비례위성정당의 꼼수로 마침표를 찍었다. 비례위성정당의 꼼수로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거나 정책선거를 통하여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를 하자는 말도 무색하게 되었다.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도 비판적 지지론이나 차악론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보수 양당구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재난지원금의 기준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한국사회의 사회보장과 공공부조의 내용과 성격에 대한 고민을 가져온다. 정치적 이해와 당락에 따라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하고 보편성이라는 포장으로 모두에게 동일한 급부를 제공해야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경제 위축과 재산의 가치하락을 걱정이 앞서 경기부양과 기업 대책에 비하여 초라하며 사회 전환을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형 복지의 기틀을 두고 김대중의 신자유주의체제와 박정희의 개발독재체제에 서로 공이 있다고 다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난근복의 모범으로 치켜세우면서도 OECD최장의 노동시간과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대변되는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는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
재난과 위기의 상황은 모순적이게도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역할이 실천이 더욱 중요하게 한다. 또한 선거 때만 반짝 주인이 되는 상황에서 21대 총선은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낼 수 있는 시기이다. 사회복지사협회와 시설 협회 등의 총선 대응은 사회복지사의 정치세력화와 사회복지노동자와 시설의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후보의 정당을 떠나서 사회복지사라는 자격과 출신을 기준으로 지지를 표하고 정책협약을 맺음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였다. 한편으로는 정당에 사회복지사와 협회의 이해를 대변해줄 후보를 추천하고 지지하는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이나 정치적 이해의 객관성을 추구하면서 복지국가를 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복지국가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도 어려운 실정이지만 복지국가를 논하면서 구조에 대한 접근은 무시한 채 전문가 집단이라는 동일성만으로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수는 없다. 복지국가의 철학과 원칙을 떠나서 단순히 사회복지의 양이 늘어나는 것만이 복지국가이며 사회복지현장의 입지가 강화된다고도 할 수 없다. 불평등과 빈곤의 원인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에 대한 분석이 없이 객관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전문가로서의 역할인지도 의문이다. 각 정당은 대동소이한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협회와 정책협약을 맺기도 한다. 실행의 결과에 따라 지지를 철회하기도 비판을 하기도 해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실천은 배제한 채, 전문가조직과의 거버넌스는 오히려 차별과 배제를 관리하고 적당한 수준에서의 타협함으로서 면죄부를 부여하고 권리로서의 제도 확립을 막는 역할하지 않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코로나는 훨씬 큰 재난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보수양당이 제약회사, 병원, 보험사의 이해를 위하여 의료민영화를 시도할 때마다 이를 막기 위한 투쟁이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을 목도했을지 모른다.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장애인활동지원, 기초연금 등이 최종적으로 정부와 국회가 실행하였다하더라도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지도 않았지만 과연 임기 내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정부에 있다고 치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야하며, 시혜와 동정 대신 권리를 요구해야한다.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사회복지현장의 조직문화는 단순히 라떼꼰대의 관념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이윤추구를 위하여 장시간의 노동체계와 당연시하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우리의 안전과 노동권은 보장될 수 없다.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것이 몇몇의 의원과 의회에 맡겨서는 해결될 수 없다. 총선 다음날 일어났던 6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직도 규명되지 못한 사회에서 우리가 근본적 변화와 개혁을 더 이상 늦추어야할 이유가 없다.